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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보
댓글 1건 조회 2,484회 작성일 10-11-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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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강수, 그녀를 만나다    2010/11/23 16:42  추천 5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garry/5115820 
 
지난 토요일 (11월 20일) 저녁 7시 옛KBS사옥공개홀(현재 광주영어방송사옥)에서 열린 박강수콘서트에서 그녀를 만났다.

기대했던 만큼이나 차오름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할 때, 몇 가지 정보들을 챙기게 된다. 나이, 고향, 학교 등등의 정보를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은 상대를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범주 안으로 넣으려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약간의 이해를 얻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수전 손택은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해석한다는 것은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이다."라고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그 일침이 뒤통수를 여러 차례 불편하게 함을 뻔히 알면서도 가수 박강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음악세계가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두 세 걸음쯤 앞서가기 때문이다.

전에 썼던 글에서 가수 김정호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를 조명했던 것은 그가 남도의 민간 전승 예술, 그리고 민간 전승 신앙과 깊은 뿌리에서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수 박강수도 남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강수는 전라북도 남원에서 출생했지만,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아직 박강수는 김정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가 아니다. 김정호만큼 깊고 오래된 우물에서 노래를 길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아직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욕망만을 부르짖는 노래들이 시대정신인양 시위하는 세상에서, 그녀는 부박하지 않은 감성과 서정으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이 옛 삶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남도의 서정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오늘 박강수를 이야기하고픈 이유다.

가수 박강수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처지이기에, 그녀의 음악세계와 남도의 서정과의 인연을 이해해보려는 의도가, 자칫 그녀가 가고 있는 길을 오해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크게 벗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녀의 음악을 얘기해 볼까 한다.

가수 박강수에게서 남도의 정서를 굳이 찾고자 하는 것이 가수 박강수가 가진 세계를 어느 특정의 것으로 한계 지으려 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한다. 

음악세계를 얘기할 때 그 범주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싱어(singer)만으로는 일가를 이룰 말한 음악 세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특한 음색이나 가창 실력으로 기억되는 뛰어난 가수들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에 담긴 생각이 음악 세계의 흔들릴 수 없는 한 축을 차지한다고 볼 때, 달의 한 면만을 보고 전부를 말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될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포크계열이다. 김광석이 젊은 나이에 생을 접은 뒤, 포크 음악을 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음악세계를 가꿔가고 있는 이가 박강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박강수는 윤형주.송창식 등에서 본격화된 한국의 포크 음악이, 일가를 이루었다고 할만한 음악세계를 보여주었던 김정호-정태춘-김광석 등으로 이어지던 계보에 들어갈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강수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박강수와의 연결 없이 그녀의 노래를 듣고 '참 아름다운 노래다'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1집 앨범 <부족한 사랑>이 재발매 되어 나온 것이 2004년이다. 그러나 이미 노래는 10년 전에 발표된 것이라 한다. 그녀의 노래가 오랫동안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을 가늠하게 한다.

한동안 그녀의 노래와 박강수라는 이름은 내게 연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EBS의 세계문화기행 프로그램을 통해 마다가스카르를 소개하는 장면을 시청하던 중에, 아, 저 여인이 박강수? 그리고 검색을 통해 아, 이 노래가 그녀의 노래였구나! 이렇게 연결이 되었다.

이후 그녀의 음악들을 관심을 갖고 듣게 되었고, 가장 사랑하는 음악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4집 <노래가 된 이야기>까지를 발표한 포크 가수 박강수는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가수’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고 한다. 과거 어느 신문에 소개 된 그녀의 말로는 팝송 하나 제대로 들은 게 없었다고 한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녀는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숨겨진 잠재의식이었다고 할까요. 그곳에서 듣던 음악들이 너무 좋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아바의 ‘치키티타’(Chiquitita)를 듣는 순간에는 세상이 다 핑크빛으로 변할 정도로 ‘음악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난 토요일 그녀가 ABBA의 곡 세 곡을 연이어 불렀던 것은 그 인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작사, 작곡을 직접 한다. 어린왕자를 세 번째 읽고 난 후에 만들었다는 <사람아 사람아>를 비롯하여 그녀의 노래 중 대중에 알려진 <부족한 사랑>, <그래 그렇게> 등 모든 노래가 오롯이 그녀의 것이다.

그녀의 노래들은 편안하면서도 참으로 애잔하다. 많은 노래들이 사랑을 노래한다.

가장 최근에 선을 보인 4집에서 보여주는 세계도 기본적으로는 사랑의 세계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다가스카르 사람들>과 <엄마, 나를 지켜준 이름>이 눈에 띈다. 가사들을 살펴보면 이전에 비해 깊어진 느낌을 갖게 된다.

그녀와 노래는, 굳이 지형도를 살펴보자면, 가슴을 젖게 하는 감성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조동진, 정태춘, 이문세(이영훈) 등의 음악과 어울린다.

그러나 도회적 서정으로 이해되는 조동진, 이문세(이영훈)의 음악과는 다른 서정을 갖고 있고, 정태춘의 서정과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서정적으로 정태춘과 가깝지만, 그녀의 노래가 갖고 있는 메세지를 살펴보면 또 다른 서정성을 갖고 있다.

 그 다른 서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문화의 가장 큰 결정체는 인간이다. 한 인간 속에 다양한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문화는 공간과 시간이 만든다. 한류네, 뭐네 하면서 문화의 세계화를 얘기하지만, 그런 논의가 가당치 않게 느껴진다.

문화의 세계화는 두 측면으로 보면 된다. 하나는 자본에 의한 상품화를 통한 세계화(맥도날드, 코카콜라, 스시 따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이고, 다른 하나는 감성적 공감(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뮤지컬들의 세계화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까?)을 통한 보편화다. 

현재의 가요계는 자본에 의한 상품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녀시대, 카라, 미스에이....... 도시와 속도가 그들을 만들었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비트와 사유를 멎게하는 몸 비틈을 빼고 나면, 그들의 차이로 무엇이 남는가.     

 박강수의 음악은 도시와 속도가 만든 음악이 아니다.

 박강수의 노래가 가진 서정은 박강수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이 맞는다면 그것은 그녀의 고향 담양 창평에 있을 것이다. 박강수의 노래의 글과 선율, 모두에 창평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박강수의 담양 창평은 우리가 아는 담양 창평은 아닐 것이다. 소쇄원이 있고, 대숲이 있고,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내마을이 있는 담양 창평으로는 그녀의 노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창평에는 이름 없는 숲 그늘과 바람과 벌레소리들 그런 것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인연을 맺은 오래 된 작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나는 아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굳이 지금 시골집이 있는 읍내가 아닌, 초등학교 6년의 학창시절을 보낸 관기(충북 보은군 마로면)를 찾았다. 읍내에서 태어났지만 글을 쓰며 살게 된 오늘의 나를 만든 곳이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고향을 다녀 온 뒤 송찬호(시인, 2008년 미당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 수상)형님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잠시 관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향이 같은 보은이지만, 어린 시절을 관기에서 보내지 않으신 송찬호 형님은 관터에서 20년째 살았지만,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곳이라 했다. ‘제게는 정신적인 뿌리가 되는 곳입니다.’ 했더니, 그렇겠구나 하셨다.

그렇듯, 박강수의 창평은 그녀만의 창평이다. 박강수의 남도는 그녀만의 남도다.

하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그녀의 노래를 듣다보면 그녀 가슴 속의 창평이, 그녀 가슴 속의 남도가 우리 가슴에도 전해져 온다. 그리 다르지도, 그리 멀지도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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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愛님의 댓글

바람愛 작성일

  애정 어린 장문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앞으로도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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